오래만에 서촌 맛집, 효자동 두오모에 다녀왔습니다.

2020. 9. 21. 09:00맛집 소소하게🥢/그 외 맛집

주말을 맞아 찾아간 효자동 두오모.
거리가 너무 멀어서 자주는 못 가지만, 기분전환 하고 싶을 때나 특별한 날에 가끔 들리는 곳이다.
여자친구와 나에게는 나름대로 추억이 깃든 장소.

경복궁역에서 내리면 두오모까지 걸어서 대략 15분 정도 걸린다.
물론 골목길도 구경하고, 경복궁 담벼락도 구경하면서 여유롭게 걷다 보면 좀 더 걸리겠지만.

날씨가 아주 좋아서인지 동네가 예뻐서인지... 두오모로 가는 길 내내 여행 온 기분이 들었다.
요즘 참 많이 갑갑했는데,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걷다 보니 한결 기분이 나아졌다.

멀리서 붉은 벽돌이 보이기 시작했고, 이윽고 두오모 앞에 도착했다.
두오모는 언제 보아도 밝고 따뜻한 분위기가 참 정감 가는 곳이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니 직원분이 반갑게 맞아주셨다.
아직 12시밖에 안 돼서 그런지 손님은 한 테이블밖에 없었고, 그래서 가게 안은 아주 조용했다. 

여러 고심 끝에 오늘의 메뉴인 봉골레 파스타도미구이 그리고 함께 곁들일 화이트와인을 주문했다. (참고: 도미는 저녁 메뉴입니다. 점심으로 드시고 싶다면, 사장님께 꼭 물어보세요)
주문하기 전까지만 해도 라자냐를 먹을 생각이었지만, 오늘의 메뉴가 좀 더 끌려서 라자냐는 다음에 먹기로 했다.

점심을 끝내고 어디를 갈지 고민하는 사이 식전빵이 나왔다.
빵은 상당히 쫄깃쫄깃했고, 바질페스토는 신선했다. 둘의 조화가 너무나 잘 어울려서 다음 나올 음식이 기대됐다.

식전빵은 반쯤 남겨두고서 첫 번째 메뉴인 줄기콩과 시소페소토의 봉골레파스타를 맞이했다.
역시 파스타 맛집이라는 명성답게 입맛이 까다로운 여자친구의 입에서 "맛있다"는 소리가 나왔다.
나도 포크에 돌돌 말아서 한 입 먹어보니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면의 식감이나 소스의 농도는 말할 것도 없고,
파슬리의 향긋함과 조개를 골라 먹는 재미가 더해져 먹는 내내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중간중간 입가심으로 화이트 와인을 마셨다. 달짝지근함이 봉글레 파스타와 상당히 궁합이 좋았다.
하지만 곧이어 나올 도미를 위해 적당히 남겨뒀다.

녹진한 봉글레파스타 소스에 남겨둔 식전빵을 찍어 먹는 사이 두 번째 메뉴인 도미구이가 나왔다.
종이 포장지를 걷어내니 그 사이로 도미의 모습이 드러났다. 껍질 부분이 상당히 크리스피해보였고, 향긋한 냄새가 났다. 접시에 옮겨 담으니 살이 제법 두툼했다. 

껍질 부분은 바삭하고 속은 너무나 부드러웠다. 무엇보다도 비린내가 전혀 없었다.
봉지에 담긴 국물이 궁금해서 빵에 찍어 먹었다. 앞서 먹은 봉골레 소스보다도 간이 더 잘 배 있어서 놀랐다.
남겨둔 화이트와인과 함께 먹으니 살짝 취기가 올라왔다. 와인이 없었더라도 음식은 아주 맛있었겠지만,
음식과 술을 함께 즐긴다는 의미를 알아가는 것이 참 재밌다. '어른의 맛'을 배워가는 재미.

디저트로 사과케이크를 주문했다. 큼지막한 사과가 함께 씹히니깐 식감도 좋고 무엇보다 달지 않아서 좋았다. 
커피와 함께 즐겼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배가 불러서 더는 주문할 수 없었다.

두오모에서 식사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거리가 멀어서 자주 올 수는 없겠지만, 가끔 이렇게 주말에 와서 종종 기분을 내고 싶다. 다음에는 감자뇨끼랑, 라자냐를 먹어봐야지.
식사를 끝내고 여자친구와 경복궁 내부에 들어가 산책도 하고, 33마켓에 들러 커피도 한 잔 마셨다.
효자동의 분위기를 제대로 만끽한 하루. 오늘의 쉼과 여유를 기억해두자. 언젠가 소중하게 꺼내볼 날을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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