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 포천파크 1박 2일 [EP.3] 최종화

2020. 8. 2. 23:24여행 소소하게 🚊🚍🛬/성주포천파크

바베큐는 7시에 미리 예약을 해뒀고,
내기 족구에서 진 우리 팀은 샤워가
끝난 순서대로 저녁 먹을 준비를 했다.

저녁 먹기에 이른 시간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미 바베큐장에는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로 가득했다.
주로 가족단위로 오신 분들이 많았고,
개중에는 더러 우리처럼 남자들끼리
온 그룹도 있었다. (대부분 어려보였다)

잠깐 TMI를 하자면 바베큐 이용 후
쓰레기 분리수거 정리 정돈을 꼭 해야 하고
숯, 그릴, 가위, 집게 등
대여료는 4인이 2만 원, 6-8인이 3만 원
그 이상은 4만 원을 내야 한다.

족구에 이긴 팀은 여유 있게 수다를
떨기 시작했고, 나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라면도 제대로 못 끓이는 친구 둘이기에 내가 자진해서 고기를 굽기로 했다)

고기를 굽기 시작도 전부터
등과 이마에 땀이 비 오듯 나기 시작했다.
연기는 또 어찌나 그리 맵던지..
(눈이 침침할 정도로 매웠다)
숯불에서는 불 쇼를 하는 것처럼
그릴 밑에서는 불이 계속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사실 이렇게 그릴에 고기를 굽는 건
나도 처음이라서 어떻게 구워야 하는지
정확한 방법을 몰랐다.

갈팡질팡하고 있으니,
한 친구가 나에게 와서 굽는 방법을 알려줬다.
(거의 10년 동안 고기 굽는 건 이 친구가 매번 도맡아서 했다)

그릴에서 구울 때는 고기를
가운데 놓고 굽는 게 아니라
가장자리에 둬야 된다도 했다.
숯불로 은은하게 굽는 것이 포인트였다.

숯불에서 고기를 굽다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인지 예전에는 상상도 못했다.
새삼스럽게 10년간
고기를 담당해서 구워 온 친구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공감이 되면서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그래도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우여곡절 끝에 삼겹살 2팩을
거의 클리어하고,
곧바로 목살을 굽기 시작했다. (다들 맛있게 먹어줘서 보람을 느꼈다)

테이블에는 맥주 캔이 하나 둘
쌓이기 시작했고,
나도 간간이 고기를 구우면서
맥주로 목을 축였다.

친구들은 배가 부른지 고기 먹는 속도가
현저히 줄어드는 듯 보였지만,
목살이 나오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젓가락질(행진곡)이 다시 시작되었다.

밤은 점점 무르익고 있다.

마지막 목살 1팩을 다 굽고,
나도 뒤늦게 저녁 다운 저녁을 먹기 시작했다.

햇반을 하나 뜯어
야무지게 한 쌈을 싸 먹는다.
(깻잎 1장, 상추 1장, 고기 두 점, 밥 조금, 구운 마늘 1, 쌈장 콕 찍어서)
결과는 안 봐도 JMT.

주변을 둘러봤는데 닭꼬치, 장어, 고등어 등
고기에만 한정되지 않고,
이것저것 구워 먹을 수 있는 재료를
가져온 테이블이 많았다.

우리도 다음에는 조금 더 다양한
저녁거리를 준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준비를 할 친구가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깔끔히 정리를 하고 숙소로 돌아와
2차를 시작했다.
얼마나 술을 먹고 싶었던 걸까?
냉장고를 열어보니,
숙취해소 음료도 준비되어 있었다.

일이 늦게 마쳐서 아직 도착하지 못한
친구를 위해 한 친구가 자처해서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남은 고기에 버터를 둘러
스테이크처럼 구우니,
바베큐장에서 맡았던 고기와는 사뭇 다른
향기가 코 끝을 간지럽히기 시작했다.

2차에서는 본격적인 술 먹방이 아닌
게임이 시작되었다(?)
다들 술을 좋아하지만,
술만큼이나 게임을 좋아한다.

첫 번째 게임은 ‘라이어게임’
마피아와 유사하게
라이어를 찾으면 되는 게임이다.
반대로 라이어는 주제에 대한 정답을
모르지만, 일반 시민들이 서로에게 하는
질문으로 정답을 유추해야 한다. (최대한 아는척을 해서 본인이 라이어가 아님을 증명해야 한다)

직접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우리는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약 7-8판을 한 것 같다. (진짜 재밌다)

두 번째 게임은 전주 1초만 듣고
무슨 노래인지 맞추는 게임이다.
(혹시 모른다면 아는형님에서 확인하시길,
김희철이 엄청 잘하는 게임이다)

참고로 이 게임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게 되는데,
우리는 이 게임을 하기 위해
미리 한 달 전부터 각자 연습을 하기도 했다.
MT나 워크숍에서
꼭 한 번 해보기를 추천한다.

1시가 넘어가니,
슬슬 자리가 정리되기 시작했다.
친구들 눈에서 점점 초점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거실을 대충 정리한 후에 이부자리를 펴고
잘 준비를 했다. (운전, 물놀이, 족구, 술먹고 게임까지 안 피곤할 수가 없지)

길었던 하루가 엄청 짧게 느껴진다.
내일 아침이 오면,
우리들은 다시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겠지.
아무리 생각해도 1박 2일은 너무 짧다.

그래도 오랜만에 7명 모두가 모여
새로운 추억을 쌓을 수 있어서 좋았다.
내년 여름휴가에도 모두가 함께 하기를.

아우 졸리다, 나도 이제 그만 자야겠다.
(P.S 대리석 바닥은 딱딱했고, 애들의 코 고는 소리는 웅장했다)

성주 포천파크 1박 2일 [EP.3]
최종화 에피소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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