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소소한 한 끼(feat.닭날개 간장조림)

2020. 8. 12. 01:36일상 소소하게🍳/요리

오늘 하루도 수고했어라고
스스로를 토닥이며 버스에 탔다.
급한 불은 껐고, (급한 업무는 끝냈고)
그래서인지 마음이 조금 홀가분했다.

물론 내일도 해야 할 일은 많지만,
이미 내일의 플랜을 세워뒀기에
전혀 걱정되지 않는다. (반어법)
내일의 내가 알아서 잘 하겠지.

구로에서 환승하는 순간부터
늘 같은 고민에 빠진다.
오늘 저녁은 또 뭘 먹어야 하지?
사 먹을까. 해먹을까. 뭘 먹던 메뉴는?

집을 나온 이후로 (가출은 절대 아님)
나에게 제일 큰 고민이 있다면,
매 끼니를 해결하는 것일 거다. (10년째 고민 중)

역에서 내려 마트 앞에 도착했고, (선데이서울 8월호가 나왔다)
마음속에서 내적 갈등이 일어났다.

‘오늘 많이 힘들었잖아’ 편하게 식당으로 가자.
‘집에서 해 먹는 게 낫지’ 식당 밥 거기서 거긴거 알잖아.

물론, 이렇게까지 고민한 건 아니었고,
5분 동안 곰곰이 고민한 끝에
집에서 해먹기로 결정했다.
(딱히 사 먹고 싶은 메뉴가 없었다)

사실 해먹고 싶은 요리도 없었지만,
마트를 한 바퀴 돌다 보니
닭 날개가 눈에 들어왔다.


밥반찬으로 만들 요리는 아니긴한데
오랜만에 ‘닭날개 간장조림’
만들어 먹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문득 스쳐지나갔다.
#내돈내산
#협찬아님

집에 돌아와서 샤워를 하고 나오니,
여자친구에게 카톡 메시지가 와있다.

‘취업할각’이라는 곳에서 만든
직장인 MBTI 성향 테스트가 있는데
한 번 해보라고 했다.

닭에 밑간을 하는 동안
심심해서 테스트를 해봤더니,
웬걸? 내시가 나왔다. (여자친구는 탐관오리ㅎㅎ)

조선시대 컨셉으로 재미를 줬다는 점
주요 특징이 나의 성향과 비슷하다는 점에서
테스트가 나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내시는 좀..)

*기억에 남는 특징*
#사적인 작업 공간에서 더욱더 일을 잘한다.
#책임감이 있으며 헌신적이다.

테스트를 끝내고,
본격적으로 요리를 시작했다.

오늘의 재료
닭날개 400g, 마늘 9알, 땡초 1개,
생강 반의반 개
소스 만들 재료로 간장 3숟가락, 굴 소스 1숟가락, 설탕 1숟가락, 올리고당 2숟가락, 후추 조금.

특별할 건 없지만,
간단하게 레시피를 소개하자면

1. 닭날개에 소금, 후추로 간을 하고 다진 생강을 버무린다.
2. 마늘과 땡초를 편으로 썬다.
3. 간장소스(데리야끼)를 만든다.
(정량에 맞게)
4. 닭 날개의 껍질 부분을 먼저 굽는다.
5. 약 5분 정도 굽다가 소스를 넣고 마늘, 땡초 를 넣어서 서서히 중 약불로 졸인다.
6. 기호에 따라 참기름을 두른다. (나는 빼 먹음)
7. 늘 그렇듯이 아름답게 플레이팅으로 마무리한다.

먹음직스럽게 구워진 닭날개를 보니,
군침이 돌기 시작했다.
실패 없이 맛있게 잘 됐으면 좋으련만.
그래도 왠지 예감이 좋다.

기름을 적당히 둘렀어야 했는데
너무 많이 넣은걸까?
기름이 사방팔방 튀기 시작했다.
(만약 뚜껑이 있는 후라이팬이라면
뚜껑을 덮는 것이 좋겠다)

양념을 계속 졸이다 보니,
색이 진하게 나기 시작했다.
예전에 닭날개 간장조림을 했을 때는
색도 잘 안 나고 비린내도 조금 났었는데
그 사이 요리 실력이 많이 늘었나 보다.

접시에 플레이팅을 마치고 나니,
더욱 그럴싸 해보였다.
맛도 있어야 할 텐데..
요리를 끝내고 시식을 할 때가
가장 긴장되는 순간이다.

다행히 닭날개 간장조림은 대성공이었다.
짭조름한 것이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밥과 함께 먹으니 간이 딱 알맞았다.

한 줄 평을 남기자면
닭날개 간장조림은 밥밥찬과
맥주 안주 그 사이 어디쯤 있는 것 같았다.

현재 시각 AM 1:20분

어찌나 피곤했던지 블로그 글을 적는데
계속 눈이 감겨서 꾸벅꾸벅 졸았다.

그래도 오늘 안 적으면
발행을 미루게 될 것 같아
안간힘을 다해서 적긴 했는데
다시 처음부터 읽어보니
대체로 횡설수설하는 문장이 많았다. (+오타주의보)

암튼 글은 다 적었고,
나는 이제 꿈나라로 갈 수 있다.
오늘도 고생한 모든 직장인 분들께
이 영광을 돌리며 이제 진짜 자러 가야겠다.
(P.S 다시 글 수정하느라 20분 추가)

-30대 직장인 김소소하게 저녁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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